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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먹는 약

어느날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포도막염 치료후기

by monday100 2023. 2. 9.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증상

어학연수로 해외에 생활하던 중 오한을 동반한 감기몸살 증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따뜻한 방에 이불 뒤집어쓰고 이틀정도 푹 자고 쉬었으면 괜찮아질 정도인데, 외국이다 보니 따뜻한 바닥이 없었고, 전기료가 비싼나라라 전기장판도 안 가지고 갔었다. 아무리 이불을 뒤집어써도 추위가 가시질 않았고 물만 먹어도 구토를 하는 상태로 아무것도 못 먹은 채 3일 정도 지났다. 당시에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러다가 정신이라도 잃게 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과 내 의지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 지냈던 홈스테이가 근처라 택시를 불러 무작정 찾아가 홈스테이 할머니한테 헬프미만 되뇌며 쓰러졌다. 한참 잠을 자고 깨어났을 때 내가 지내던 방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 죽지 않았구나 - 싶어 정신을 차리고 고맙다 이야기할 생각에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는데 목욕탕안에 수증기가 찬 듯 거울이 안 보여서 거울을 계속 닦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 싶어 눈을 계속 비비며 물로 닦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걸 깨닫고 막막해서 눈물만 흘렀다. 당시에 화장실에 어떻게 갔나 생각해보니 내가 쓰던 방이라 익숙해서 무의식적으로 화장실로 갈 수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홈스테이 할머니가 너무 좋으신 분이었다. 모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은 데리고 있지도 않은 학생이 와서 쓰러지고, 울고 있으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나 같으면 너무 황당했을 것 같다. 

홈스테이 할머니는 방도 내주고, 닭사다가 수프도 끓여주고, 병원에도 데려가 주었다. 의사 선생님이 고향이 그립냐면서 향수병과 바이러스를 언급하며 준 처방해 준 약은 타이레놀이었다.병원에 한번 방문하는데 10만원 넘게 지불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병원비만 백만 원 넘게 들었지만, 병명을 알 수 없었고 이후에 시력은 점차 나아지긴 했지만, 원래 양쪽 모두 1.5였던 나로서는 시력을 잃었다고 생각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포도막염 진단을 받다.

혼자 걸어다닐수 있어야 비행기도 타고, 한국에 갈 수 있으니, 시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몇 개월을 더 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 바로 집 앞에 있는 안과에 가서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안과 옆 내과에 가서 해외에서 있었던 모든 증상들을 이야기하고 '베체트'라는 진단도 받았다. 내가 겪었던 포도막염은 베체트의 증상 중 하나였다.

포도막염이란

안구내의 염증을 포도막염이라고 하고, 증상은 시력저하, 시력 흐림, 충혈, 통증, 눈부심이며, 진단 및 검사는 문진과 시력 및 안압의 측정으로 확인되고, 현미경 검사로 눈을 40배 확대하여 자세히 보며 전방의 세포와 방수 흐림 여부를 통해 염증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안과에서 진단 받은 이후에 소견서를 받아서 종합병원에서 한번 더 정밀검사를 했는데, 유리체와 망막, 맥락막을 자세히 보기 위해 동공을 약물로 확대시킨 후 양상을 확인하는 검사를 했고, 포도막염이나 이상징후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포도막염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저하로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한다. 이 발병의 원인이 이해가 가는게 처음 홈스테이에서 지낼 때는 밥도 주고, 잠도 규칙적으로 자고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 처음 혼자 독립을 하면서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이 모두 깨졌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나의 경우에는 안구통증 없이 그냥 시력저하와 앞에 수증기가 찬 듯 뿌옇게만 보이는 증상만 있었는데, 안구의 통증도 느껴지는 포도막염은 세균에 의해서 발병하는 경우도 있고 포도막염 환자의 20%는 실명이 되기도 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포도막염의 치료는 국소적인 스테로이드점안액과 함께 조절마비제를 점안하여 치료하며 만성질환인 베체트 병의 증상일 경우에는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면역억제제 투여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한다. 

포도막염의 증상이 나타나면 안과에 먼저 가야한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아니어도 된다. 동네안과에서도 포도막염 진단이 가능하다. 내가 겪고 공부한 내용의 결론은 포도막염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안과에 가서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면 낫는 질환이다. 나는 한국에 돌아온 이후 다시 취직도 했고, 가끔 회사에서 야근을 하거나 술을 먹거나 하면 사물이 번져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면 바로 병원에 가서 처방받아 약을 먹기도 하고,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나쁠 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쉬니까 또 괜찮아지곤 했다. 지금은 양쪽 시력이 1.0에 가깝게 정상적인 시력으로 돌아왔고 앞이 갑자기 안보이는 정도의 심각한 증상은 재발된 적이 없다. 물론 지금도 삶의 태도가 흐트러지면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관리 가능한 영역의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때를 놓치고 방치하여 염증이 오래되면 합병증으로 백내장, 홍채유착, 유리체혼탁, 망막이상, 녹내장등으로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고, 황반부종, 맥락망막위축등으로 시력감소가 심해지면 시력회복이 어렵고, 증상이 반복 하다가 심한 경우 실명이 될 수도 있는 질환이다.

혼자 판단해서 그냥 넘어가거나 병원에 가지 않고 쉬기만 한다던가 스테로이드가 두려워서 민간요법으로 진행하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겠다.

 

제때 약을 먹고 충분한 휴식으로 증상을 먼저 호전 시킨 후  수면, 식사의 질,운동,물 마시기 이4가지만 바꿔도 분명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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